요즘 패션업계의 화두는 단연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겨울이 되면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패딩은 업계의 이런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각 브랜드들의 제품 홍보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하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털을 채취한 다운제품을 사용하였다는 문구는 낯설지 않다. 이제 한국인들의 겨울철 필수품이 되어버린 패딩.

과연 패딩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친환경’이고 ‘지속가능’하며 ‘윤리적’으로 생산되었을까?



그 옷은 100% 재생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나요?

페트병은 선별, 파쇄, 세척 과정을 거쳐 플레이크 및 칩으로 만들어지며 원사를 뽑아내 옷을 만들 수 있는 폴리에스터가 된다. 우리가 만드는 옷의 3분의 2는 폴리에스터를 포함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16년까지 섬유로 사용한 폴리에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800만톤에서 2100만톤으로 157퍼센트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폴리에스터의 생산량을 줄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옷을 만든다는 대부분의 기업은 해당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의 재활용 원사를 사용하였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는 재활용 원사의 사용 비율을 게시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고, 따라서 소비자는 100% 폴리에스터를 사용하였다는 문구만 볼 수 있을 뿐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와 일반 폴리에스터 원사의 사용 비율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상품설명에 재활용 원사의 비율을 기입한 브랜드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이처럼 상품설명에 재활용 원사의 사용비율을 게시하고 있지 않다

재활용 원사의 비율을 알기 위해 3개의 브랜드의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첫번째 브랜드에서는 재활용원사의 사용 비율을 알려주었고 두번째 브랜드에서는 해당 부서에 문의 후 답변을 주겠다고 하였으며 마지막 브랜드는 해당내용에 대해 상담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친환경 옷은 정말 친환경인가?

우리는 폴리에스터도 결국에는 플라스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옷을 세탁할때마다 플라스틱 섬유로부터 아주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간다. 매년 153만톤의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간다. 국제자연보전연합(IUCN)에 따르면 마이크로 플라스틱 중 35%가 합성 옷감을 세척하고 나온 섬유라고 한다.

페트병을 사용해 만든 옷의 궁극적인 문제점은 환경을 생각하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우리가 그 옷을 구매함으로써 환경에 기여하는 환경운동가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미국 환경 보호국에 따르면 2018년 미국에서 발생한 고체 폐기물 중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약 100만톤인 반면, 버려진 옷과 신발은 1300만톤에 달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일 평균 의류폐기물은 약 162톤이었지만 2016년에는 259톤으로 증가하였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폐기물 재활용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지구 어딘가에서 내 옷을 만드는 사람들

내가 입은 패딩의 제조국을 살펴보자. 오늘날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은 베트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노동력이 싼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다.

2013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라나플라자’가 붕괴하였다. 원래 4층이었던 이 건물은 무허가로 8층으로 증축되었고 글로벌 의류업체의 생산공장이 입주해 있었다. 건물 붕괴의 조짐이 보였음에도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은 일을 해야 했고 결국 1100여명이 넘은 노동자들이 사망하였다. 이들은 260원의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었다.

2019년 옥스팜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판매되는 의류 한 벌 가격의 4%만이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사용된다. 방글라데시에서 인터뷰를 한 직원들 전원은 기본적인 생계에 필요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적절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임금, 장시간의 노동, 열악한 근무환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https://youtu.be/WfVWt3Z1d3g

옥스팜호주에서 제작한 낮은 임금을 받으며 대형 브랜드들의 옷을 만드는 여성의 영상


우리는 어떻게 옷을 사야 할까?

각자 옷을 구매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디자인이 예쁜 패딩을 구매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이 입은 옷이라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것이다. 이제 구매 전 우리가 사는 옷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고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정말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만든 옷이 내 옷장에 걸려 있을 수 있도록 각자 구매의 기준을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제품으로 읽는 환경 ㉓] PET병 재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144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재활용 정장 입은 BTS ‘탄소중립을 위한 변화’ 필요

http://www.newswor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905

[대책없이 쏟아지는 쓰레기] <6>깨닫지 못한 환경오염원, 의류 폐기물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9091916465452088

화려한 패션 뒤에 숨은 ‘노동착취’ 문제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078

옥스팜 호주 홈페이지

https://www.oxfam.org.au/what-she-makes/

[도서] 위장환경주의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카트린 하르트만/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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